6집을 발매일 새벽에 처음 두번 들으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언니네이발관은 내 인생 그래서 하나의 밴드를 고르라면 1초도 생각할 필요없이 집어들 밴드이고 가장 큰 영향을 그들로부터 받았고 가장 많은 위로를 그들에게서 받았다.


음악적으로 훌륭하기도 하지만 언니네이발관은 시간을 이기는 힘이 있다.

이석원의 작업방식은 이렇다.

1. 생활속에서 음악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를 기다린다.

2. 곡이 어느정도 모여지면 원석을 가공한다.

3. 보컬 멜로디를 바꾸고 기타멜로디를 수없이 붙여보고 바꿔보고 베이스 드럼 어레인지도 끝없이 바꿔본다.

4. 편곡이 완성되면 오랜기간 들어보고 쉽게 질리고 시간을 뚫고 빛나지 못하는 곡들은 미련없이 버린다.

5. 그리고 프로듀싱, 믹싱, 마스터링 작업을 귀가 닳도록 반복하고 수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를 반복한다.


이석원과 더불어 내가 가장 크게 영향받은 김영하 작가는 얼마전 신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루키의 삽화로 유명한 안자이 미즈마루가 대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는 이야기를 했다. 예술은 스포츠가 아니고 지독히 최선을 다할때 발생할 수 있는 숨막히는 어떤 위험같은게 있다.'

하지만 언니네이발관의 6집을 들어보면 다른생각이 든다.

5집보다 더욱 집요한 사운드

불에 달구고 수십만번 망치로 내려친 듯한 느낌의 곡들

듣고 잊어버릴 수 없는 완성도의 결과물


6집은 다채로운 곡들로 채워졌다.

곡의 구성에 실험적인 요소가 많은 곡들

그들의 감성과 역사를 대변하는 곡들

그리고 타이틀곡인 홀로 있는 사람들.

완벽한 곡.
시작하는 1초부터 끝나는 마지막 1초까지.
하나의 곡을 들으며 이렇게 감동할 수 있을까



입아픈 이야기이지만 내가 스무살때부터 사랑한 밴드다. 이제 그들의 마지막앨범이고 나는 팬이기에 그들이 후진 곡들을 내는걸 바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석원의 전자음악 독집을 기대해본다. 앞으로 또 다시 홀로 있는 사람들 같은곡이 나오면 앨범을 내지 않을 순 없을거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언니네이발관 사생팬으로써 마지막에 한마디 해야겠다.

보잘것 없는 생에서 큰 위로를 받았고 앞으로도 수없이 다시 찾아 들을겁니다. 좋은 음악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