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안토니아스 라인>이라는 영화를 다시 봤어요. 6집을 들으면서 왠지 그 영화가 생각났거든요. 아니다, 처음에 바로 떠오른 건 <시네도키, 뉴욕>이었어요. 앨범을 다 듣고 났더니 마음이 막 황폐해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어딘지 쓸쓸하고 어둡고 또 왠지 술에도 좀 취한 것 같고요. 그게 노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마지막이라는 선언 때문이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첫인상은 그랬는데요. 들을 수록 더 많이 생각나는 건 역시 <안토니아스 라인>이에요.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난 안토니아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해요. 해가 지기 전에 가족들을 불러 인사를 해야겠다 결심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하죠. 장면은 이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젊은 안토니아의 모습을 보여줘요.

젊은 안토니아는 꾸며내는 웃음 같은 건 짓지 않아요. 수작을 부리는 사람들에게는 얼음장처럼 차갑지만 소외되고 떠밀려 넘어진 사람들에게는 따뜻해요. 젊었던 안토니아는 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고, 증조 할머니가 되어요. 한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 온, 자연의 섭리에 복무하며 사람들을 키워 온 안토니아는 모든 생에는 끝이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안토니아는 이렇게 생각해요. "죽음은 필연이야,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고 무엇으로도 거스를 수 없어." 그치만 당연하다고 해서 슬프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안토니아에게 이렇게 물어본다면 그녀는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 같아요."괜찮아, 죽음은 반드시 새로운 무언가를 남기거든" 우리의 끝이 죽음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한대요. 살아 있는 한은 열심히 살아야 한대요. 그게 삶이니까. 이 춤이 우리가 출 수 있는 유일한 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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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느끼는 이발관의 정서는 '울면서 달리기'에요. 이런 내가 좋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풀나풀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 내가 나니까 어쩔 도리 없는 나니까 그저 타고난 대로 사는 것. 어차피 그래야 한다면 받아들이려 노력해보는 것. 서툴고 미숙한 모습으로 애쓰며 살고 있는 내 모습은 내 눈에도 참 우스꽝스러워요. 이 처연한 몸짓은 부단한 연습을 통해 아름답게 다져진 고운 춤과는 거리가 멀어요. 차마 눈 뜨고는 못 보겠다며 눈 돌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의 민망한 몸짓이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춤을 멈출 수는 없어요. 이 춤이 우리가 출 수 있는 유일한 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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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마지막이라서 이런 인사를 하는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이런 말은 하고 싶을 때 해 두는 편이 나중에 후회를 안 하는 것 같아서요. 아니 사실은 하고 나서도 후회를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그냥 왠지 지금까지 제가 받은 걸 생각하면 이 정도의 인사는 하는 게 사람 된 도리인 것 같아서 ㅎㅎㅎ 쑥스러움에 머리를 긁적대며 인사를 건넵니다.

그 동안 전해주신 위로에 감사드려요.

저에게 언니네 이발관은요. '힘내 너도 곧 그 진창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야' 하는 바깥에서의 응원이라기보다는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속 헤매고만 있는 제 곁에서 묵묵히 함께 걸어주는 친구였어요. 앞으로도 전 계속 헤매며 살테죠. 그게 너무 끔찍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발관의 음악이 곁에 있을 거라 생각하면 위로가 됩니다.

좋은 친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게다가 이발관의 음악 덕에 뼈와 살을 가진 진짜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